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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각

꼭 한 길만 파야하는 것일까?

by 화산파 3대 제자 지신 2024.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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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가장 많이 보는 유형은 취업준비생 혹은 대학생 들이다. 아무래도 기술직이다 보니 제대로 배워서 취업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의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기술직은 재능의 영역이 존재한다. 똑같이 배워도 누군가는 앞서가고 누군가는 뒤처진다. 하지만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어차피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을 만큼의 기술은 재능이 큰 의미를 차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정말 아무리 봐도 이 길이 아닌 거 같은 사람들.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할 거 같은 사람들이 항상 존재한다. 오늘은 그런 사람들에 관해 글을 써보려 한다.

 

새로 개강한 강의실에 중년의 남성분이 앉아계셨다. 못해도 나보다 15살은 넘게 많을 거 같은 외모지만 난 그런 분들을 존경한다. 나이가 먹을수록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한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기 때문이다.

 

보통 개강 후 일주일 정도가 지나면 개인 상담(면담)을 한다. 배우는 것에 어려움은 없는지, 어떤 동기로 오시게 되었는지 등을 물어보고 작성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통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환경 가운데서 살았구나.'를 많이 느낀다. 이번에 강의를 듣게 되신 중년의 남성분과도 상담을 진행했다. 가장 먼저 여쭤본 것은 '동기'였다. 어떤 이유로 학원을 등록했는지 여쭤보자 이렇게 말씀을 주셨다.

 

"강사님, 저는 강사님처럼 한 길을 파지 못했습니다. 20년 전에는 공무원으로 근무했다가 영 적성에 맞지 않는 거 같아 관두고 요식업을 했는데요. 처음에는 잘 되어서 먹고사는 것에 지장이 없다가 코로나 이후로 완전 망해버렸어요. 요식업을 하면서도 이런저런 다른 자격증을 땄는데요. 지금은 결국 맘처럼 되지 않아 이렇게 새로운 기술을 배워보려 왔습니다."

 

남성분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본인은 한 길을 파지 못했다고 말씀하셨지만 나의 시선으론 그것이 우습게 여겨지지 않았다. 가장으로써 최선을 다해 무엇이든 해보려 하는 모습 자체가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요즘은 한 길만 파는 사람이 많이 없다. 당장 유튜브만 들어가도 다양한 직업군에 관한 정보가 너무 많고, 더 자세하게는 직업별 연봉까지 알려주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한 길만 판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미련해 보일 수 있는 처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어느정도 꾸준히 한 길을 파보는 경험은 필요하다 생각한다. 최소 3년 이상은 해봐야 이 길이 정말 맞는지 안 맞는지 알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성분은 공무원 생활을 꽤 오래 하셨던 거 같았다. 그럼에도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 생각해 과감하게 집어던지고 새로운 옷을 입는 것은 보통 용기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론 2주일 정도 지켜본 결과, 이 남성분은 디자인에 도통 재능이 없다. 마음 같아서는 다른 것을 해보라고 권면해보고 싶은 정도다. 그럼에도 새로운 정보를 알려드릴 때마다 핸드폰을 켜 비디오를 찍는 그 모습을 보면 차마 말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글을 쓰다보니 너무 두서없이 작성하게 되었는데, 결론은 이렇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누군가는 좋은 대학을 나오는 것이 정답이라 말하고 누군가는 대학은 큰 의미가 없으니 빠르게 취직해 경력을 쌓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우린 무언가 정답이 있을 거라 믿으며 살아간다. '정답이 있다.'라는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깨닫는 날이 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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