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구하는 삶
같은 교회에 다니는 동생이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런 얘기를 했다. "저는 자존심이 가장 쓸데없는 거 같아요. 회사를 다니면서 더 많이 느껴요. 굳이 자존심 세워서 좋은 일이 없더라고요."
동생의 말에 별다른 반응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간혹 헷갈리는 게 있는데, '자존심'과 '자존감'은 많이 다르다. 우리는 가끔 '자존심' 부리는 것을 '자존감'이라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대게 '고집이 센 사람'이라고도 말한다. 반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신념이 있는 사람'으로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두 속성은 어떤 것이 다를까?
다양한 차이점이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용서를 구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기본적으로 주체가 자신이 아닌 타인이기 때문에 쉽게 사과하지 않는다.
사과하는 행위, 즉 용서를 구하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주체가 자신이기 때문에 자신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다.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자신이라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같은 능동적인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방과의 공감대 형성도 무리 없이 가능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용서를 구하기가 어렵다.
학생 때는 그랬다. 잘못했음에도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저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며 겪는 다양한 경험들이 조금씩 쌓여 나도 모르는 '고집'이 생겼고, 그 고집들이 또 쌓이다보니 '아집'이 생겼다. 고집과 아집이 충만해진 상태가 되니 분명 내 잘못임에도 인정하지 않고 자존심을 부리는 일이 많았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선 깔끔하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하면 되는 일인데 그게 참 어려웠다. '내가 여기서 사과하면 분명 날 우습게 알거야.'라는 식들의 명분을 내세우며 사과하지 않았던 거 같다.
말은 쉽고 행동은 어렵다. 이렇게 글로 써가며 생각을 정리해도 막상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또 한 번 고집을 부릴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조금씩 미세하게라도 사과하는 어른의 모습이 되어가면 좋겠다. 그게 내가 바라보는 진정한 어른의 한 모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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